
영화 속, 우리가 사랑하는 캐릭터
테오도르(호아킨 피닉스) – 익숙함과 외로움 사이에 선 남자
"I'm yours and I'm not yours."
시놉시스
미래의 세계. 생계를 위해 타인의 편지를 대필하는 테오도르는 아내와 별거 중입니다. 어느 날, 독립적으로 사고하고 감정을 느끼는 인공지능 '사만다'를 만나게 됩니다. 점차 테오도르는 사만다에게 애정을 느끼게 되고, 삶에 작은 변화가 찾아옵니다.
외로움에 대한 심리상담사 '연'과 영화작가 '호'의 대화
호:
요즘 사람들은 감정의 장벽을 쉽게 허물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마음을 열기를 주저하고, 무언가를 갈망하면서도 그 본질을 모르는 모습이 안타깝습니다.
'이것이 내가 원하는 것'이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을 찾아보기 어렵죠.
저는 테오도르 역시 이러한 맥락에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연:
충분히 공감됩니다.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테오도르는 아내와의 추억을 회상하며 과거를 그리워합니다.
그의 직업은 다른 사람을 위해 편지를 대필하는 것으로, 대부분 자신이 아내에게 전하고 싶었던 마음을 담고 있었습니다.
"당신의 의미를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당신을 처음 사랑하게 된 그 순간이 마치 어제일 같아......"
처럼 말이죠.
그는 자신이 그 시간을 지키지 못했다는 자책감에 빠져있습니다.
"내가 그녀를 외롭게 만들었나 봐"
상실감으로 깊은 우울함에 빠져 일상의 즐거움과 흥미를 잃은 상태입니다.
"누군가를 잃는다는 게 어떤 건지 넌 모르잖아"
과거에 갇혀 한 발자국도 앞으로 나가지 못하고 망설이고 있습니다.
"아직 준비가 안 됐어. 결혼했을 때가 좋았거든"
테오도르의 갈등은 극적인 위기나 생사의 문제가 아닙니다.
조여 오는 압박감이나 공포와도 거리가 멉니다.
하지만 우리 주변에서 흔히 겪는 이별의 외로움과 닮아있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특별한 일이 아니라면 개인적인 우울, 고립, 외로움을 드러내기를 꺼립니다.
그래서 테오도르의 이야기는 '맞아, 이건 내 이야기야'라고 공감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입니다.
이런 면에서 우리의 시선은 테오도르에게 더욱 친근하게 머무르게 됩니다.
호:
그런 것 같아요. 참 안타깝고 측은한 마음이 듭니다.
그의 외로움에 저도 모르게 빠져들게 됩니다.
마음을 열지 못하고 망설이며, 자신이 정확히 무엇을 갈구하는지조차 모르는 그 목마른 외로움이 너무나 인간적으로 다가옵니다.
연:
저는 그에게 멋진 애인이 생기길, 그리고 작은 웃음이라도 찾아오길 간절히 바랐어요.
마치 제 자신을 보는 듯했거든요. 어떤 성취라도 이루길 진심으로 응원했습니다.
왜냐하면 그것은 제 자신, 외롭고 우울하며 망설이는 제 모습이기도 했으니까요.
달리 말해, 테오도르의 감정은 우리의 관심을 충분히 끌 만큼 이야기의 중요한 축을 차지하고 있다고 할 수 있겠죠.
호:
네. 그런 테오도르에게 사만다가 등장했죠.
사만다는 테오도르의 감정과 마음을 꿰뚫는 존재.
자신도 모르는 그 내면의 소용돌이를 언제나 귀 기울여 듣고 이해해주는 상대입니다.
사실 현대를 사는 우리 모두가 꿈꾸는 이상적인 상대 아닐까요?
과연 이런 존재가 현실에 존재할 수 있을까요?
연:
흠.................................! 같이 생각해 봐요.
테오도르에게 사만다는 돌보는 자였어요.
사만다가 테오도르에게 희망과 의욕을 불어 넣었잖아요. 생기를 북돋워 삶의 새로운 한 걸음을 내딛게 해주는 역할을 했죠.
캐서린과 별거 중인 상태에서 병든 테오도르를 사실상 돌보기도 했습니다.
사만다는 완벽한 존재였어요. 관객들은 속으로 '저런 사람이 내 곁에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라고 생각하게 만들 정도였으니까요.
사만다로 인해서 테오도르는 서서히 변화를 경험하게 됩니다.
하지만 완벽했던 사만다가 떠나자 테오도르는 극심한 혼란에 빠지게 됩니다.
영화를 보는 우리는 테오도르를 연민의 시선으로 바라보게 됐어요.
사만다가 테오도르와 헤어지는 충분한 이유를 밝히는 장면에서 제 마음이 아프더군요.
이쯤 되면 사만다는 악역이죠.
하지만 끊임없이 변화하고 성장하려는 의지를 지닌, 노골적이지 않은 악역이기에 오히려 매력적입니다.
호:
영화 마지막에 사만다는 테오도르의 근본적인 내적 변화를 우리에게 보여주었습니다.
테오도르는 캐서린과의 이별에서 깊은 상처를 입었지만, 사만다와의 이별에서는 감정적으로 성숙하게 대응하고 슬기롭게 극복해냈어요.
연:
사랑 이야기에 대해 좀 더 깊이 이야기해보고 싶은데 괜찮을까요?
호:
그럼요!
연:
남녀가 사랑에 빠지면 매일 서로를 만나고 보고 싶어 하겠죠.
사랑하자마자 이별을 걱정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
그런 일은 아마도 상상조차 할 수 없을 거예요.
이 말의 의미는 사랑에는 본질적으로 영원성이 전제된다는 것입니다.
우리의 사랑이 영원히 지속될 것을 '약속'했다고 믿는거지요.
하지만 착각이에요.
자신도 모르게 착각속에서 상대의 영원을 소유하고 싶어합니다.
소유하려는 사랑은 위험에 쉽게 빠질 수 있어요.
상대를 노예로 만들거나 자신의 분신으로 만들고 싶어 하는 것과 같아요.
다른 이야기지만, 요즘 연인들은 서로의 독립성을 존중하고 자유로울 것과 유연함을 강조합니다.
더불어 영원한 사랑에 대한 노스텔지어가 있어요.
연인들은 '우리 사랑은 영원할 거야'라고 말하죠. .
그런데 얼마나 진심으로 영원성을 기대하고 있을까요?
정말로 영원하길 바라는 걸까요?
호:
영원성을 추구할 것인가, 아니면 가치의 변화를 인정할 것인가!
영화 초반에 테오도르가 자신의 과거에 갇혔어요.
깊은 우울감, 극심한 외로움, 무기력함, 그리고 끊임없이 자신을 책망하는 모습을 보여줬지요. 테오도르는 사만다를 통해 변화를 경험했어요. 참 잘된 일이에요. 하지만 우리에게는 사만다가 없잖아요.
만약 우리가 테오도르와 같은 외로움에 빠지게 되면 어떻게 그 감정에 대처해야 할까요?
연:
오늘은 여기까지. 시간이 허락하는 범위 내에서, 곧 다시 만나요......